(사진 출처;www.lliill.egloos.com )
힐리우스의 등대지기
짙은 석양을 먹구름이라도 가린 듯
연신 손사래 치는 엌새들이 재잘대는 힐리우스라는
언덕에, 허리 굽은 안개가 잠시
머물다 갈 무렵에야
내 하루 일과가 등짐을 내리고
집으로 향하는 오후 다섯 시
날이 궂은 때엔, 먼지 켜켜이 쌓인
삼성판 700원짜리 <폭풍의 언덕> 겉장에
힐끔거리는
히드클리프의 눈초리가
고인이 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처럼,
늘어진 카셋 테잎의
곡조 위에 실렸다
엌새 씨앗처럼 바람에
날린다.
까치 한 쌍이
잘 가꾼 테역 위로 날아 와
앉은 힐리우스는
아마도 내 마지막 직장이 될 듯 하고,
잘 못 짜갠 나무젖가락처럼
내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서서
불안한 언덕
힐리우스엔
가끔씩 지나는 철새 무리들만
멀거니 떠나보내는
아고라만 덩그러니 서 있다.
2008. 1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