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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가을비

난하2022 2008. 9. 26. 01:06

가을비

 

 

새벽 어스름에 나처럼 깨어 뭔가를 준비하는 가로등이

추레하게 젖었다. 9월의 새벽 바람은 소름 돋을만치

차다

 

돌담으로 온통 둘러 싼 초가에서도 한 노인이

아침을 쉼 없이 거르고 있고

밤이 새도록, 빨간 불을 켠 십자가는

인가에서 초롱초롱하다.

 

빗질을 해도 먼지는 남고

빗질을 해도 머리카락은 곤두선다.

써는건지 빗는건지 새벽은 그저

가로등 그늘에 우두커니 서서

어둠만 거두어 들일 뿐.

 

기다리다 지친 대문은, 타인을 염려하여

굳게 입을 다물었고

그 염려와 기다림으로 새벽은

오는건지

 

더는 기다려 줄 여유 없는

아침은, 흩뿌리는 비를 가누며

어머니처럼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