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는 무슨 꿈을 꿀까?
.....사물에 대한 지칭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화자의 나이를 판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를테면 '복사꽃'이 있는데, 나이 쉰 하나인 내겐 여전히 '복숭아꽃'이 '복사꽃'으로 도치되니 말이다. 2012년 4월 어느 날에 하도 화사하게 피었기에 서나장 찍어 둔 복사꽃을 새삼 생각하게 된 건 둘째 누나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늘 책을 끼고 다녔던 아리따운 처녀시절, 늘 읖조리던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어쩌구 하느 가락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화사하다 못해 눈이 시린 연분홍에 대한 색감이 기억으로 남아 '누나'와 등치되는 그 자리에 '연분홍'은 참으로 여성스러움을 간직한 그 무었이었나 보다.
"여보! 전화요금이, 세상에 30만원 넘게 나왔어 ..."
느닷없는 전화에 큰애가 게임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몇십만원에 대한 느낌보다는, 야단을 듣고 있을, 야단치면 몸둘 바를 몰라 하던 애처로운 아이의 서글프고 가녀린 얼굴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미적지근한 내 태도에 아내는 맘이 상했던지, <쿡티비>를 해지하고 <유선티비>로 바꾼다며, 저녁을 먹고 집을 나선 내게 전화를 했고, 위약금이 100,000원이란 KT직원의 말에, 나는 그만 화가 나버렸다.
큰애는 쌔근쌔근, 내 타는 가슴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맙게도 단잠을 잔다. 아내도!
내 열 살은, 하루 한 끼는 굶거나, 기름등잔불의 불춤이 빌려 온 동화책 갈피를 마구 휘젖던 시절이었다.
그 암울하고 적막해던 코흘리게 시절이 그립다.